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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
“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7.12 08: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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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는 속담이 있다.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바느질을 할 수 없듯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마땅히 갖추거나 거쳐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일이 제대로 된다는 의미로 풀어 볼 수 있다.

적자탈출의 절박한 승부에 나선 철근 업계가 함께 곱씹어 볼 격언이기도 하다. 

철근 시장을 벼랑 끝까지 몰아간 출혈판매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그 원칙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이 ‘절반의 성공’이다. “절반이라도 관철했으니 실패는 아니다”…”적어도 떨어지는 거라도 막았지 않느냐”…절반의 성공도 성과는 맞지만, 절반의 실패를 합리화하는 자기위안의 논리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온전하게 관철하지 못하거나 다시 떨어질 것을 미리 감안해,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절반의 실패를 자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허수를 쌓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절반의 성공을 위안삼아 허수를 쌓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성공보다 실패의 허수가 많아지고, 애초에 출발했던 절박한 목표는 무용지물로 남게 된다. 가격정상화의 간절한 염원을 모래성으로 쌓게 되는 셈이고, 언제든 원점 또는 원점 아래로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격정상화의 목표를 관철하지 못하거나, 훨씬 더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쳐 관철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돌아보면, 가격정상화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가격방침)을 온전하게 관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온전하게 관철한 신뢰에 위에서 그 다음의 목표를 향하는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좀 더 냉정하게 보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건 없다. 외형상 손해 본 게 없는 것 같지만, 제때 잘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것이다.

손익분기점에 이어 생산원가까지 무너지고, 심지어 반제품인 빌릿 생산원가 밑으로 까지 떨어지게 된 철근 가격의 뼈아픈 자취를 돌아봐야 한다. 가격이원화나 할증판매의 소중한 성공을 지키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온기를 쫓다가 여기까지 내려온 게 아니던가. 

절박한 생존을 위해 나선 철근 가격정상화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사상 최악의 수요와 가격붕괴 상황의 출발점 뿐만 아니라, 가장 열악한 계절 비수기다. 최소한의 매출흐름을 유지할 수요도 찾기 어렵지만, 그 나마의 거래흐름도 장마나 폭염 등 기상악재로 언제 어떻게 끊기고 뒤틀릴지 알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하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이 아니면, 가격정상화의 분위기가 다시 모아지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 그만큼 한 발 한 발이 소중한 여정이다. 올라간 가격을 지키는 것도, 무너진 가격을 회복시키는 것도, 결국 과정의 공감과 신뢰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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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024-07-12 08:47:35
불황일때는 건설사는 몇 천억단위, 조단위로 적자를 보기도 하고, 조선사들도 조단위로 적자를 기록하고,
반도체를 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조단위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한다.
一喜一悲하지 않는다.....
냄비처럼 그러지 않는다.....

이** 2024-07-12 08:43:19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최근 몇 년간 진행중인 공장의 가격2원화 및 할증판매가 정당하다는 것인가?
작은 공장들이 큰 공장뒤에 숨어서, 방패막이 뒤에 숨어서, 일물일가를 외칠때는 언제인가?
올해부터 정부에서 진행하는 관급철근도 공장별, 지역별, 강종별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
고객 알기를 발바닥의 x로 알면서....
생수도, 라면도, 식용유도, 커피도, 육고기도, 닭고기도, 모두 물가가 천차만별인데...
이상한 나라의 철근가격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