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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①] 10월 철근 유통, 무엇이 문제인가? - 원인과 배경
[분석①] 10월 철근 유통, 무엇이 문제인가? - 원인과 배경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10.10 0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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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철근 유통이 계절 역행 하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상승 질주가 꺾였던 9월의 하락 대세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됐다. 10월과 11월은 하반기 매출을 책임져온 절정의 성수기다. 우려를 크게 뛰어 넘는 10월의 가격 급락에 모두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남은 하반기의 거래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도, 사태의 진단과 대응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10월은 왜 급락장의 무대가 되었나?"

■ 트라우마가 된 결제차질, 숨 쉴 틈 없는 유동성 위기

철근 유통시장에서 유동성 위기가 극에 달했다. 실제 최근 들어 결제대금을 치르지 못한 유통점들이 속출했고, 당월 매출(유동성)에 의존하는 대다수 유통점들의 연쇄적인 결제차질 문제로 확산됐다. 

9월의 유동성 위기는 철근 유통시장의 트라우마로 남았고, 10월의 출발부터 선제적인 매출 확보를 위해 최저가 추격에 나서는 이유가 됐다. ‘연속적인 결제차질을 막지 못하면 부도로 직행할 수 있다’는 공포에 직면하게 됐다.

■ 여름 내 시장으로 옮겨간 재고의 ‘부메랑’

7월~8월 여름 비수기 동안 철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강사가 끌어 안고 있던 철근 재고가 시장으로 쏟아져 나갔다. 극한 비수기에 시장으로 옮겨진 철근은 대부분 소진되지 못한 채, 하치장 등 유통 시장에 쌓였다. 

9월과 10월, 철근 유통시장에서 무분별한 최저가 경쟁을 주도했던 매물이 바로 7월~8월에 쌓인 하치장 재고다. 원가가 낮은 데다, 적자마감 갈등을 풀지 못한 직송판매와는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당장 급한 매출확보를 위해, 하치장 재고가 무분별하게 던져지면서 최저가 경쟁을 주도하고, 직송판매가 울며 겨자 먹기로 추격하는 형국이다. 즉, 7월~8월에 미리 팔았던 철근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셈이다. 

■ 추격 의지 꺾은 가격인상…그리고 침묵

‘철근 가격의 추가 인상이 하락심리를 부추기는’ 역설을 현실로 마주하게 됐다. 9월 유통시장이 마감선(82만원)을 3만원 이상 밑도는 위험신호가 감지됐지만, 10월부 추가 인상이 예정대로 강행됐다. 

10월부 가격인상의 합리성을 따지기 이전에, ‘시장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된 유통점들이 아득한 목표가격(85만원) 추격을 포기하고, 최저가 경쟁으로 돌아서는 역효과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10월의 출발부터 심상치 않던 시장의 동요를 수습하지 않고 미룬 침묵 또한 월초 급락장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눈치를 살피던 유통시장에 실망매물이 쏟아진 것도 무관치 않은 연결고리가 됐다.

■ 수입 철근의 지원군 역할 실종…"상승도 하락도 시너지다" 

7월~8월 가격급등 구간에서 든든하게 뒤를 받치던 수입 철근이 사라졌다. 국내산에 떠밀려 가격을 내린 수입 철근 입장에서도 억울할 일이다. 하지만 수입 철근 역시 유동성 압박이 큰 데다, 신규 입항물량의 결제자금 마련을 위해 앞다퉈 최저가 판매에 나섰다. 

최근 철근 수입시장은 ‘국내 철근가격 상승’과 ‘수입원가 하락’ 덕분에 힘겹게 흑자구조로 전환됐다. 하지만 당장 급한 매출(자금)확보를 위해, 또 하락장에서 선제적인 마진확보를 위해, 수입 철근 스스로 최저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밀고 끌며 상승장을 견인하던 국내산과 수입산 철근이, 이제는 밀어 내고 끌어 내리는 하락장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 본격적인 수요 공백기 진입…성수기에 체감 커져

‘본격적인 수요 공백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빼놓을 수 없다. ‘없어도 너무 없는’ 수요에 대한 갈증이 결국 무리한 최저가 판매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철근 수요의 명맥을 이어오던 실수요가 제강사에 집중되면서 유통시장의 수요 가뭄이 커지기도 했지만, 제강사에 집중됐던 실수요마저 큰 흐름이 끊기게 됐다. 올해 상반기부터 신규 수주가 뚝 끊긴 가운데, 4월~5월의 봄 성수기를 지나면서 수주 잔량마저 급감한 상태다.  

한계를 드러낸 실수요 기반이 여름 비수기를 거쳐, 9월 이후 가을 성수기에 본격적인 수요공백으로 체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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