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단계적인 가격 인상, 가격정상화 행보 예정
신규 발주 물론, 기 계약까지 거래 반응 엇갈려....
"섣부른 발주와 수주, 시행착오 부담될까 걱정"
철근 실수요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시중 철근 가격의 단기 반등폭이 커지면서, 신규 계약은 물론 기 계약 물량에 대한 고민이 깊어 졌다.
7월 말 현재, 국내산 철근 1차 유통가격(SD400,10mm)은 톤당 74만원 선까지 회복했다. 최근 저점을 기록했던 6월 하순과 비교하면, 한 달 남짓 동안 10만원 가깝게 뛴 셈이다. 코 앞으로 다가온 8월 1일부 추가 인상까지 반영하면,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76만원 이상으로 올라선다. 이럴 경우, 올해 3월 초 이후 5개월여 만에 [기준가격 - 15만원 미만]의 가격구조를 회복하게 된다.
주요 철근 제강사는 오는 9월까지 가격정상화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적자탈출을 위해 필수적인 총원가(생산원가+판관비) 수준의 판매가격을 회복할 때까지 단계적인 가격인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실수요 발주, “당겨야 하나” “밀어야 하나”
철근 유통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불과 얼마전까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던 시중가격을 의식해 입찰(계약)과 발주 시점을 미뤄온 실수요처도 적지 않다.
시중가격 반등 이후, 실수요처들의 반응은 확연히 갈라진다.
일단은 적극적인 반응이다. 바닥을 치고 가파르게 오르는 시중 철근 가격을 의식해 예정된 발주를 앞당기거나, 미뤄온 발주를 막연히 미루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심각한 적자판매 상황에서 벼랑 끝 반격에 나선 철근 업계의 가격회복 의지를 신뢰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가격인상 예고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소극적인 반응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인 수요회복 없이 회복 의지만으로 급반등한 시중 철근 가격을 경계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철근 가격이 안정적인 기반을 다질 때까지, 예정된 입찰이나 발주를 최대한 미루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 계약 물량까지 '들썩'…거래혼선 불씨 될까 '걱정'
더 심각한 문제는, 기존 계약물량이다. 불황의 공포 속에 밑도 끝도 없이 내려왔던 실수요 할인폭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적자판매를 예약하는 비상식의 할인폭을 경쟁하면서, ‘언제 어떻게 든 문제가 될 것’으로 마음 졸이던 출혈 계약물량들의 속앓이가 커졌다.
특히, 유통점들의 자체 수주 물량이 가장 먼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매출감소 충격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주했던 출혈 계약물량이, 급등한 ‘유통가격’과 ‘마감가격’ 사이에서 갈 곳을 잃게 됐다. 계약가격의 상회폭 만큼 고스란히 납품적자를 떠안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불황 속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실수요 계약물량의 치명적인 부메랑을 걱정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도 실수요처들의 최저가 입찰 요구를 받고 있지만, ‘어떤 기준에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를’ 써 내야 할 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 시점의 철근 가격이 그동안의 궤도를 아예 벗어난 상황에서 방향성도 등락폭도 가늠할 수 없다”며 “실수요의 최저가 입찰 계약에 나서는 일은 너무 두려운 일이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원철 입찰에 시중 유통가격을 상회하는 납품가격이 제시되는 등 실수요 대응에 대한 인식변화가 뚜렷하다”며 “아직까지는 신규 입찰∙발주 현장이 워낙 없다 보니, 철근 시세 급변에 대한 실수요 반응을 확인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수요 시장이 재개되는 8월 중순 이후에나, 달라진 분위기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러기 전까지는, 섣부른 발주와 수주 모두 부담스러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