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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비가동, 근본적인 관점 바뀌어야…
불황 속 비가동, 근본적인 관점 바뀌어야…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5.05.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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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철근 제강사는 반토막 비가동의 대세를 이어왔다. 적자부담만 키우는 생산과 판매를 파격적으로 줄이고, 보유재고를 최소화 하겠다는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그 덕분에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8대 제강사의 판매(60만2천톤) 대비 재고(26만톤) 비율은 43.2% 선까지 내려왔다. 8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동시에, 올해 1월에 76%까지 치솟았던 것을 떠올리면 괄목할 개선이다. 

문제는, 다시 돌아온 비수기다. 상반기 최대 판매실적이 60만톤(4월)을 간신히 넘길 만큼 철근 시장의 수요기반이 무너진 데다, 비수기 수요가 얼마까지 떨어질 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6월부터 시작되는 장마부터 폭염까지 기상악재로 인한 수요 변수도 커진다. 게다가 5월 초순의 연휴로 불어난 보유재고가 30만톤 선을 다시 넘어선 상태다. 

예측불허의 비수기 시장을 감안하면, 비가동의 고삐를 더 세게 당겨야 마땅하다. 하지만 제강사들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예상을 크게 밑돈 수요 탓에 최소한의 매출 확보도 어려운 데다, 사활을 건 감산에도 여전히 적자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반기 동안 만족할 성과를 내지 못한 비가동의 생존전략에 의구심이 깊어진 눈치다. 

비가동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감산을 통해 재고감축 효과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토대로 수급과 가격의 긴장감을 높이는 것은 그야 말로 일시적이고 단편적일 뿐이다. 재고만 줄이면, 가격회복과 적자탈출 등 모든 생존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더욱 걱정스러운 관점이다. 

하나의 처방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하는 만병통치의 명약은 없다.  

'깊이도 끝도 알 수 없는 경기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요건을 찾아가는 꾸준한 노력'의 의미로 '비가동'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 즉 극한 비가동 조건에서 생존모델을 빠르게 찾고 적응하는 것을 생존의 관건으로 보는 것이다. 파격적인 비가동이 ‘동종 제강사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자구책’으로 봐야 한다. 

충격적인 1분기 경영실적에 불편한 시선이 오갔다. 예외 없는 불황에도 동종 제강사들의 미묘한 명암 때문이다. ‘급격한 수요감소와 비가동의 충격을, 누가 얼마나 잘 대비하고 적응했느냐’가 불황 속 희비를 가른 중요한 변별 요소였음을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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